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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시청각장애공감프로젝트 [ 어둠과 적막으로부터 ]with. 정우정 실장(제주도농아복지관 기획조정실)
2022.7.27.수.제라진day
JIBS 창사20주년기획, 20부작 EP6. 시청각장애공감프로젝트 [ 어둠과 적막으로부터 ]
with. 정우정 실장(제주도농아복지관 기획조정실)

'시청각장애인'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장애인을 말합니다.

김민경의 나우제주는 그동안 잘 모르고 놓쳐왔던
시청각장애인들의 삶을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시청각장애 공감프로젝트 [어둠과적막으로부터]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것입니다.

- 6화 주제: 시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 -
-인터뷰전문-
1. 오늘은 시청각장애인 분들이 어떻게 의사소통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오늘은 시청각장애인 분들의 의사소통에 대해 준비를 했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은 같은 시청각장애라고 해도 장애 정도나 장애 발생 시기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되게 사용하는 의사소통도 모두 달라요.
청각장애인으로 수어를 사용하는 농아인으로 살아가다가 질병이나 사고 같은 후천적 이유로 또는 유전적 이유로 성인이 된 후 나중에 시각장애가 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 분들은 의사소통할 때 촉수화를 쓰게 돼요. 원래 사용하던 수어를 손으로 만져서 이해하며 소통하는거죠. 혹은 시력이 약간 남아있는 저시력인 경우 수어를 가까운 곳에서 하는 근접 수어를 하기도 하고요. 한글을 아는 경우에는 큰 글씨로 필담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2. 실제로 그렇게 의미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할까요?

저도 처음 촉수화를 접했을 때는 너무 조심스러웠고 혹시 못알아들으실까 수어를 굉장히 천천히 했었는데요, 시청각장애인 분들은 촉각이 굉장히 발달하셔서 생각보다 더 소통이 잘 되더라고요. 촉각으로는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저의 편견이었어요.

3. 수어를 모르는 시청각장애인 분들도 있을텐데 어떻게 소통하실까요?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오시다가 나중에 청각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이 분들은 음성언어로 소통을 하시는데 청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잘 들리는 귀 쪽에서 근접 음성으로 대화하실 수 있어요. 한글을 아는 경우에는 손바닥 필담으로 소통이 가능한데요, 손바닥에 글씨를 쓰는건데 촉수화와 마찬가지로 손바닥 필담도 생각보다 더 소통이 잘될 수 있어요. 그리고 점자를 아는 경우에는 문자를 점자로 변환시켜주는 보조기기인 점자정보단말기로 소통할 수도 있어요.

4.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시청각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겠죠? 이런 경우에는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헬렌켈러 같은 케이스죠. 선천적 시청각장애인은 아주 소수이지만 그래도 가장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인데요, 이런 경우 촉각을 활용해서 주변 환경을 탐색하거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훈련이 필요해요. 촉각을 활용하기 때문에 눈이나 귀로 정보를 받아들일 때보다 훨씬 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신적으로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하고요. 선천적 시청각장애아동의 경우 유아동기에 자기 자신 이외의 세상이 있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해외에서도 효과적인 조기 개입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어요.

5. 시청각장애인 분들이 원래 사용하는 의사소통 수단을 장애가 심화되면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 분들은 장기적으로 악화될 수 있는 장애상태를 대비해서 다양한 의사소통 수단을 계속 배우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해요. 아까 말씀드린 촉수화를 사용하는 시청각장애인 분들의 경우, 시력이 있을 때는 글을 읽거나 한글을 몰라도 그림이나 영상으로 많은 정보를 습득했을거에요. 그런데 시력을 잃으면 이런 시각적 정보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잖아요. 그러면 대화는 촉수화로 하더라도 글을 읽거나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거나 하는 모든 정보 습득이 점자로 이루어져야 해요. 그런데 이 분들은 점자를 배워본 적도 사용해본 적도 없잖아요. 그래서 다시 새롭게 한글 공부하듯이 점자를 공부해야 해요.
시각장애인에서 나중에 청각장애가 온 경우에는 점자를 원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래도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서 정보 습득과 소통이 모두 가능해요. 다만 음성을 문자로 통역하고 다시 점자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요. 이 경우에는 점자정보단말기와 연결할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항상 필요해서 가지고 다녀야 하는 장비가 많아요. 그래서 간단하고 쉽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이 분들 또한 다시 새롭게 수어를 배우고 촉수화로 소통하는 방법을 훈련 받아야 해요.

6. 또 다른 의사소통 수단이 있을까요?

시청각장애인 분들이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촉신호라는 것이 있어요. 해외에서는 햅틱시그널이라고 하는데요. 시청각장애인의 등이나 팔, 어깨에 주위 상황이나 분위기 등을 설명하는 신호를 그리거나 표시하는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대화하는데 상대방이 웃고 있거나 울거나 할 때 시청각장애인은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잖아요. 그래서 등 뒤에 약속된 신호를 표시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알려주는거에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공간의 모습이 어떤지 표시해줄 수도 있어요. 가운데에 책상이 있고 두 명의 사람이 앉아 있고 누가 들어오고 나간다는 것을 모두 표현할 수 있어요. 그리고 돌발 상황이나 급한 상황에 촉수화를 할 정도의 시간이 되지 않을 때 빠르고 간단하게 표시해줄 수 있어요.
7. 아까 점자정보단말기를 말씀하셨는데요. 보조기기의 한 종류이지요? 어떤 기기인가요?

점자정보단말기는 사실 시각장애인 분들이 많이 사용하시는 보조기기에요. 쉽게 생각하시면 시각장애인 분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버전에 따라서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어서 정보를 저장하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그 정보를 점자로 나타내주는 기기에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보조기기는 없는데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보조기기 중에서 이 점자정보단말기가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을 도와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기기로 메신저나 SNS에 접속하고 글을 남기거나 글을 읽는 것이 모두 가능하거든요.

8. 제주도농아복지관에서도 이렇게 시청각장애인들이 다양한 의사소통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교육을 하고 계시나요?

저희 복지관의 의사소통 수단 교육은 완전히 개인 맞춤형으로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어요. 전맹인 시청각장애인 분은 촉수화를 배우고 있고요, 수어가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너무 어려워서 배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분에게는 한글의 ㄱ,ㄴ,ㄷ 같은 자음, 모음을 표현하는 수어 지문자를 가르쳐 드리고 있어요. 후천적 시청각장애인 분들 중에서는 수어 지문자로만 모든 소통을 하시는 분도 있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촉신호 교육도 하고 있고요. 수어는 알지만 한글을 잘 모르는 시청각장애인 대상으로 일대일로 한글 교육도 하고 있어요. 한글을 배우고 난 후에는 점자교육도 이어서 할 예정이고요.

9. 그러면 이런 의사소통 교육 사례 중에 공유해주실만한 성공적인 사례가 있나요?

지금 촉수화를 배우고 계시는 분이 있어요. 이 분은 시각장애가 먼저 생겼고요. 그때부터 점자를 배워서 점자로 독서도 가능하신 분이에요. 나중에 청각까지 안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수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하셨어요. 그런데 시각장애가 있는 상태에서는 어디에서도 수어를 배울 수가 없었다고 해요. 저희가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분을 만났을 때 수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보이셔서 가장 먼저 수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개별 맞춤형 교육으로 시작했고 촉수화로 교육을 해왔는데요. 저희가 수어를 배울 때는 수어 표현이 그림이나 사진으로 있는 교재로 교육을 받잖아요. 막상 교육을 하려고 보니 수어 단어를 문장으로만 풀어서 설명되어 있는 자료가 하나도 없었어요. 당연히 그림이나 사진이 훨씬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시청각장애인 분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자료였던거에요. 그래서 수어교육을 담당하시는 저희 수어통역사 선생님이 수어 동작 하나하나를 전부 설명하는 문장으로 풀어서 점자로 교재를 만드셨어요. 지금은 다른 시청각장애인 분을 만나거나 청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수어로 간단한 인사나 안부 정도는 나눌 수 있어요. 대체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이 더 생긴 셈이에요.

10.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시청각장애가 있으면 두 감각이 손상되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3배 이상으로 힘든 과정이에요. 특히 언어를 배우는 것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반복 연습이 필요해요.

11. 시청각장애인과 대화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부분이 있을까요?

지난 방송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시청각장애인을 만나면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드리는 것이 중요하고요. 누구인지 설명없이 갑작스럽게 인사만 하면 당황하게 돼요. 만날 때마다 계속 이름을 알려주셔야 당황하지 않으시고요.
여러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는 대화가 어려울 수 있어요. 말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고 또 여러 사람 중에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구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꼭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시청각장애인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기 때문에 주변 환경과 상황 등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해요. 지금 어떤 장소에 있고 주변에 사람들은 몇 명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면 조금 더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겠죠.

12. 마지막으로 정리말씀
저희 복지관에 오시는 시청각장애인 분께서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에 선거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어서 투표를 포기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장애인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근에는 공약 자료를 수어로, 점자로 배포를 하고 있는데요.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고 많은 발전이지만,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여전히 닿을 수 없는 정보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시청각장애인은 누군가 자세히 알려주지 않은 이상 후보자의 이름도 공약도 알기가 어렵습니다.
시청각장애인도 쉽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과 새로운 보조기기가 많이 나와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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