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김민경의 Now JEJU 장성규의 뮤직브런치 동네방송 최재혁의 6시
라디오 다시보기
[특집기획]#마음으로쓰는시_3부 #아이스크림눈 #현택훈시인 #강재원_시각장애인시인꿈나무
2024.07.23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 12부작 EP.3화
-마음으로 쓰는 시-
with.현택훈시인, 강재원작가(시각장애인)

JIBS 제주방송과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공동기획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 3번째 시간입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강재원님은 현재 시각장애라는 상황에서 시를 쓰고 있는데요. 시를 쓸 때 기분이 어떠세요?

[강재원] 제가 비록 앞은 잘 안 보이지만, 시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요. 보이지 않아도 시로 보이고, 들리지 않아도 시로 들리는 것. 그것이 시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2. 오늘은 어떤 시를 준비하셨나요?

[현택훈] 제가 이번에 어떤 시를 같이 볼까요, 말하니까 여러 편의 시를 보여주더라구요. 강재원 님이 저한테 다섯 편이나 보여주면서 어떤 걸로 할까요, 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꾸준히 여러 편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쓰고, 못 쓰고 떠나서요. 계속 쓰는 사람이 언젠가는 시인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시를 쓰니까 시인인 것인데, 저도 시인이라고 하면서 때로는 시를 안 쓰는 기간이 꽤 될 때가 있는데, 그런 점을 생각해 보면 반성이 됩니다.
그래서 그 다섯 편 중에 제가 고른 시는 ‘아이스크림 눈’입니다. 요즘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시원한 시를 감상하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으면 좋겠습니다.
3. 이 시는 어떻게 쓰시게 된 작품인가요?

[강재원] 네, 제가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걸 좋아하는데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시원하잖아요.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눈에 비유해서 써보았어요.

4. 강재원 님의 목소리로 [아이스크림 눈] 감상해보겠습니다.
[강재원]

아이스크림 눈 – 강재원

입 안 가득
아이스크림 채워넣어요
입주변에 아이스크림 묻어도
옷에 콘 부스러기가 떨어져도
상관없어요
차갑지만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땐
행복하고 즐거워요
여름에 먹어도 좋아요
겨울에 먹어도 좋고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나
우박이 아이스크림이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 아이스크림
눈이 내리면 좋겠어요

5. 그러면 현택훈 시인님, 이 시, 어떻게 감상하셨는지요?

[현택훈] “입주변에 아이스크림 묻어도/ 옷에 콘 부스러기가 떨어져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소설을 쓰면 소설가인데 시를 쓰면 시인, 사람 인 자를 붙이잖아요. 그만큼 시는 평소의 삶의 자세나 사상이 표현되기 마련인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강재원 님의 시로 처음 소개했던 비에 대한 시에서도 비를 맞아도 괜찮다고 하는데 이 시에서도 “입주변에 아이스크림 묻어도/ 옷에 콘 부스러기가 떨어져도/ 상관없어요” 라고 해요. 그러니까 평소에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일인데, 그 정도는 허락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러한 시인의 마음이 종종 나타나 좋고요. 이런 부분으로는 “여름에 먹어도 좋아요/ 겨울에 먹어도 좋고요” 이 부분에도 나타나는데, 서로 나누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다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나/ 우박이 아이스크림이라면/ 좋겠어요”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이스크림은 쉽게 연상이 되는데, 우박이 들어가 있잖아요. 우박은 아이크림의 토핑이 떠올리기도 하고요. 우박은 딱딱한 건데, 부드러운 눈만이 아니라 우박도 아이스크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신선하면서 좋았습니다.

6. 강재원 님은 현택훈 시인님의 이런 평을 들으니 기분이 어떤가요?

[강재원] 고맙고도 부끄러운데요. 제 시에 대한 감상을 듣는다는 게 아직은 낯설어요.

7. 마무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현택훈] 오늘 앞 부분에 꾸준히 시 쓰는 얘기를 잠깐 했는데요. 제가 어렸을 때 기타를 배우고 싶어서 시도해봤는데,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기타를 잘 치는 분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기타를 연습할 때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치는 것보다 매일 10분, 시간은 짧더라도 계속 치는 게 중요하다고. 그런 것처럼 혹시 이 방송을 듣는 분 중에서 시를 쓰시고 싶으시다면 시 필사를 해보세요. 10분이면 시 한 충분히 시를 옮겨 적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매일 시를 옮겨 쓰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시를 쓰는 시인이 되어 있을 겁니다.

[강재원] 가끔씩 현택훈 시인님께서 좋은 시를 보내주셔서 읽어보곤 하는데요. 세상에는 좋은 시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저도 부족하지만 노력해서 꾸준히 시를 써보겠습니다.

MC:코너 제목이 ‘마음으로 쓰는 시’입니다. 앞으로 매주 화요일에 이렇게 시각장애인 시인 강재원 시인님의 시를 한 편씩 감상하면서 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방송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