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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브라유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마음으로쓰는시_12부 #상강무렵
2024.10.22.화
JIBS 제주방송과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공동기획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 12번째 시간입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오늘도 어떤 시를 만나볼지 궁금합니다. 강재원 님, 오늘의 시 제목이 뭔가요?
[강재원] 오늘 준비한 시는 제목이 ‘상강 무렵’입니다. 요즘 가을 바람이 많이 불더라구요. 그래서 바람에 대한 시를 써봤습니다. 또 내일이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인데요. 서늘한 바람의 느낌을 시로 써봤습니다.

2. 그럼 강재원 님의 목소리로 한 번 들어볼까요. 미리 사전에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감상해보겠습니다.

상강 무렵 _ 강재원

안개를 품은 가을 바람,
가을 바람을 품은 사람들.
안개 낀 가을날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잎 춤추듯 떨어지네.
숲의 향기로 물들어가는 안개,
안개를 품은 가을 바람,
가을 바람을 품은 사람들
모두 숲의 향기로
물들어가네.

3. 강재원 시인님, 가을 바람에 대한 시를 어떤 계기로 쓰게 되신 건가요? 이 시를 쓰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강재원] 원래는 봄바람이 먼저 떠올랐는데요. 안개 낀 봄날에 꽃향기로 물들어가는 봄바람을 생각했다가요, 지금이 가을이니까 가을에 맞추어 생각해보면서 현택훈 선생님과 논의하면서 수정해봤습니다.

4. 강재원 시인님은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강재원] 네, 저는 생명이 생동하는, 예쁜 꽃이 피는 봄을 좋아하는데요. 선선한 바람 부는 가을도 좋아합니다.

5. 그럼 현택훈 시인님, 이 시 어떻게 감상하셨는지요?
[현택훈] 계절적인 이미지도 이미지이지만, 저는 이 시에서 음악성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바람의 음악성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음악성의 기본은 반복입니다. 이 이 시에서는 “안개를 품은 가을 바람,/ 가을 바람을 품은 사람들.”이 반복되구요. “떨어지네.” “물들어가네”로 반복이 됩니다. “~네.” “~네” 종결어미를 반복하는 것을 각운이라고 합니다. 시에서, 구나 행의 끝에 규칙적으로 같은 글자를 다는 것을 각운이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라임입니다.
시의 음악성은 약간 저의 취향이기도 한데,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시를 악보 없는 음악이라고 일컫기도 하고, 자유시가 곧 ‘내재율’을 나타내는데 내재율이 내 안의 운율, 그러니까 이 코너의 제목 ‘마음으로 쓰는 시’는 마음속 음악에 귀기울이는 일입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 마음에는 음악도 있고, 그 어떠한 무엇도 있을 겁니다.
가령 김영랑 시인의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가 있는데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라고 말하는데, 이 시 역시 반복이 있어서 음악성이 형성됩니다. 강물이 흐르는 것이, 바람이 부는 것이, 자연의 규칙이 곧 리듬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6. 강재원 시인님은 시의 음악성에 대한 언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재원] 매번 저의 부족한 시를 늘 좋게 봐주셔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나운서 님 말씀처럼 일부러 음악성을 넣으려고 하지는 않고요. 제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음악성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7. 현택훈 시인님도 시를 쓸 때 음악성이 많이 나타나죠?
[현택훈] 저는 9와 숫자들이라는 인디 밴드를 좋아하는데, 노랫말을 보면 무척 진솔하고 시적입니다. 음악은 일상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반복적인 일상을 지내잖아요. 이 반복이 곧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존경하는 고정국 시인이 제주도에 계신데, 그 분은 시조를 쓰시는데요. 그 분이 시조를 쓰시는데, 제가 그 분께 “선생님, 왜 시가 아닌 시조를 쓰세요?” 말씀 드렸더니, “시조를 답답하게 정해진 틀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아침, 점심, 저녁,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우리는 반복에서 산다. 마치 초장, 중장, 종장처럼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데, 그럴 때 음악이 나타난다.”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때 제가 시조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제 첫 시집 제목이 ‘지구 레코드’일 정도로 제게 시의 출발이 음악일 정도로 음악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제가 시를 꿈꾸기 전에 노래를 들으면서 노랫말을 끼적여봤는데, 그게 시 습작의 시작이었습니다. 제 두 번째 시집이 ‘남방큰돌래’인데, 남방큰돌고래는 레코드처럼 재주도 주위를 빙빙 돌면서 삽니다. 제 세 번째 시집은 제목이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인데, 케렌 엔의 노래 ‘아임 낫 고잉 에니웨어’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시입니다. 저만이 아니라 시들이 노래로 많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음악성이 시에서 바탕이 되는 건 맞는 말일 겁니다.

8. 오늘이 마지막 시간이네요. ‘마음으로 쓰는 시’ 열두 번의 시간이 오늘로 끝납니다. 그동안 함깨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마치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출연 소감 말씀해주시죠.
[강재원]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다니 놀랐습니다. 처음에 열두 번 출연을 한다고 했을 때는, 와, 많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지나와보니 가능이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부족한 시를 방송으로 내보내주셔서 감사하구요. 현택훈 선생님, 제가 시 쓰는 것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현택훈] 저도 비슷한 마음입니다. 열두 번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끝날 때가 되니 많이 아쉽습니다. 강재원 시인님께 드리고 싶은 말은요. 이번 방송을 계기로 열두 편의 시가 정리됐으니 앞으로 계속 시를 쓰고, 정리해서 정식으로 첫 번째 시집을 내기를 바라겠습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대회도 있던데, 그런 대회에도 참여해 보시고요. 소중한 결실 맺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재가 멘토 역할이라 하지만,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마음으로 쓰는 시’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기를 소원합니다.

MC: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 [마음으로 쓰는 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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