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정전 70주년 특별기획 : 드라마&영화 속 제주평화기행 20부작(16)드라마_아이리스와 표선
2023.9.27.수.제라진DAY
(16) 아이리스와 표선
- 아름다운 풍광속에 감춰진 학살의 현장
1953년 7월 27일. 비로소 한반도에 총성이 멈췄습니다.
6·25 전쟁의 정지와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전 협정이 체결되었는데요.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올해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았습니다.
정전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미래를 실현하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6.25 정전 7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와 영화 속 제주평화기행]
제주에서 촬영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6.25 전쟁 정전 70년을
기억하는 시간, 평화의 여정을 함께할 분을 모셨어요.
영화칼럼니스트, 사회학박사 이정원씨를 모시고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지금 함께 떠나보실까요?
(인사)
1. [6.25 정전 7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와영화 속 제주평화기행] 16번째 시간입니다.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것입니다. 오늘은 어떤 작품을 만나볼까요?
- 오늘은 벌써 방영된 지 14년이 지난 블록버스터 드라마와 함께 평화기행을 떠남
- 한국형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물의 신기원을 연 작품으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는 드라마 [아이리스]를 소개함
2. [아이리스]는 액션 장면도 유명하지만 이병헌씨와 김태희씨의 사탕 키스 신으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도 제주에서 촬영이 되었나요?
-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 드라마 역시 제주에서 촬영이 됨
- 드라마 결말 장면이 표선 해안도로에서 촬영되어 표선의 아름다운 풍광이 국내를 비롯해서 해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게되는 계기도 마련됨
3. 그렇다면 [아이리스]와 함께 오늘은 표선 지역으로 평화기행을 떠나나요?
- 표선 역시도 4.3과 전쟁의 아픔이 서린 곳
- 특히 표선해수욕장에 넓게 펼쳐진 표선 백사장은 4.3의 대표적인 학살터였음
- 오늘은 표선과 표선면에 속해있는 리 단위 마을로 평화기행을 떠나보겠음
4. 먼저 드라마 [아이리스]를 간략히 소개해주기 바람
- 2009년 10월 14일부터 2009년 12월 17일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수목 미니시리즈로 총 20부작으로 방영됨
- 연출이 제주와 인연이 깊음. 제주 출신 영화 감독 양윤호 감독이 연출을 맡음
- 양윤호 감독은 영화 [바람의 파이터], [홀리데이], [그랑프리] 등을 연출함. [아이리스]는 첫 드라마 연출작인데 엄청난 성공을 거둠
- 출연진이 스타 캐스팅임.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배우 등 이름값 높은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제가 됐음
- 주요 이야기는 전쟁의 긴장도가 높은 한반도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음
- 한반도에서 혹시 벌어질지 모르는 2차 한국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특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음
- 제목 ‘아이리스’는 암살 및 쿠데타, 테러, 국가 및 사회적 질서 유지 파괴 등을 조장하는 베일에 가려진 비밀 암살 조직에서 비롯된 말임
- 주인공 이병헌씨가 아이리스의 내막을 밝히는 국가안전국 소속 김현준으로 나옴
- 시즌 1에서는 주인공 김현준이 아이리스의 내막을 밝히려는 찰나 제주도에서 의문의 암살을 당함
- 바로 암살을 당한 장소가 오늘 소개하려는 표선 해안도로임
5.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얻어서 시즌 2까지 나왔어요.
- 방영되는 내내 화제였고 엄청난 인기를 얻음
- 한국에서도 미션임파서블이나 007 시리즈 같은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물을 찍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
-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31.9%를 기록했고, 북미와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전 세계 30여개 국에서 동시 방영됨
- 여기에 이병헌씨의 비극적 죽음의 장면 뒤로 흐르는 백지영씨의 ‘잊지 말아요’가 엄청난 인기를 얻음.
- 인기에 힘입어 아이리스 2편이 나옴
- 2013년 2월 13일부터 2013년 4월 18일까지 KBS 2TV에서 방송됨
- 장혁, 이다해, 이범수, 오연수, 윤두준씨 등이 출연함
- 2편에서는 시즌 1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김현준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와 아이리스의 내막 등이 나옴
- 하지만 아쉽게도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1편과 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음
6. 오늘 평화기행을 떠날 곳이 [아이리스]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표선입니다. 그런데 표선은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고 표선민속촌 등이 있는 인기 높은 관광지여서 4.3 피해가 많은 지역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 4.3 당시 수백 명의 민간인이 처형된 곳이 표선 백사장.
- 표선 백사장 일대는 예전에 ‘한모살’이라 불렸음.
- 한모살은 제주말로 '많다', '크다', '넓다'의 의미인 '한'과 '모래'를 뜻하는 '모살'이 합쳐진 지명
- 한모살은 4.3 때만 해도 서귀포 표선면, 남원면 일대 주민이 일상적으로 총살됐던 악명 높은 학살 터임
- 표선리 인근에 토산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토산리 주민 200여 명이 집단 총살당하기도 하였음
- 4.3 기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총살이 집행된 곳으로 기억해야 할 역사적 기억
- 특히 과거 표선면사무소에 육군 2연대 1대대 2중대의 1개 소대가 주둔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피해는 더 컸다고 전해짐.
7. 표선 지역이 ‘면 소재지’이기 때문에 표선리와 함께 인근 가시리, 토산리 등의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에서도 4.3 피해가 많았습니다.
- 표선면 가시리는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음
- 하지만 이 곳 역시도 4.3 피해가 컸던 곳이어서 단순히 관광지로만 기억해서는 안될 곳
- 기록에 의하면 가시리는 4·3 당시 노형리, 북촌리 마을과 더불어 많은 주민이 학살된 곳
- 당시 가시리 인구가 약 1600명 정도였다고 하는데, 1/4인 400명 이상이 4·3희생자로 신고됨
- 신고만 된 것이 이 숫자라고 본다면 실제 피해자는 500명 이상이 되지 않을까하는 추측이 있음
8. 가시리를 가보면 중산간 지역이기도 하고, 따라비 오름도 있어서 아마 4.3 당시 더 피해가 컸을 것 같아요.
- 1948년 11월 15일 군 토벌대가 가시리에 대한 초토화 작전을 벌임
- 토벌대가 주민들이 산 쪽으로 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북쪽에서부터 마을을 덮쳤다고 함
-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나 노인 등 약자들의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음. 청년들은 빨리 피신할 수 있지만 약자들은 피신이 어려우니 약자들의 피해가 더 컸다고 전해짐
- 가시리는 산과 거리가 가깝다 보니 무장대와 내통할 수 있다는 이유로 토벌대가 계속 주목했던 마을 중 한 곳
- 이 과정에서 가시리 마을 청년들이 입산하는 일이 잦으니 군인들의 습격도 자주 있었고 피해도 그만큼 컸음
9. 토벌대에 의한 피해가 컸지만 모든 경찰이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가시리 주민들에게는 은인으로 존경받는 경찰도 있었다고 전해져오는데요.
- 바로 강계봉 순경인데, 1948년 말 당시 표선국민학교 수용소에서 치안을 담당했다고 함
- 증언에 따르면 강 순경이 수용소에 잡혀 온 주민들을 죄인이 아닌 똑같은 사람으로 대했다고 함
- 다른 경찰들처럼 폭언이나 폭행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함
- 4·3이 진정된 후에 강 순경이 가시리 마을을 찾아오면 주민들이 환영을 했고 서로 술 한 잔이라도 대접하려고 했다고 함
- 4·3평화공원 전시관에는 문형순 서장, 강계봉 순경을 비롯해 7명의 의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방문하면 살펴보는 것도 좋겠음
10. 표선면에 소속된 마을인 토산리도 피해가 많았습니다.
- 1948년 12월 15일 토벌대는 토산리 주민들을 집결시킨 후 18세~40세의 남자들 과 여자들을 분리함
- 분리한 사람들을 표선국민학교로 끌고 가 감금했다가 12월 18일, 19일 이틀에 걸쳐 총살함. 이때 희생된 주민이 약 150명에 이른다고 전해짐.
- 이때 희생된 사람 대부분이 젊은 남성이었기 때문에 이날 이후 토산리는 청년이 없는 마을이 되었다고 함
11. 표선에 갈때마다 4.3의 피해를 알 수 있는 표지판 등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역사적 사실을 전할 수 있는 홍보 시설이 필요해 보입니다.
- 한모살 일대로 불리는 곳은 많이 개발이 되고 있어서 당시 흔적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음
- 표선 민속촌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조그만 안내판이 4·3 학살터라는 것을 알려주지만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한 수준
- 그럼에도 표선지역 유족들을 중심으로 아픈 역사를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고 지난 2015년에는 표선면 4·3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이 세워짐
- 미래 세대를 위한 4.3평화인권교육을 하는데에도 표선 지역 유족들과 주민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
12. 이러한 표선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담은 시 한편 소개해주신다고요.
- 표선 해안도로변에 작은 공원이 있음. 거기에는 마을에서 세운 시를 새긴 표지석이 있음
- 그 시가 표선 출신 송상 시인이 쓴 [기억 너머의 귀영구석]인데 함께 들어보면 좋겠음
(성우님녹음)
[기억 너머의 귀영구석] 송 상
곧은길은 귀영구석 길이 아니다
갯바위로 에두른 올레길을 밟으면서 우리들 삶이 닮아온 것이다
낮선 사람들이 굽어 간 길목마다
바람은 누이 손톱 같은 갯찔레꽃을 환장하게 피어 내는데
우리들의 얼굴을 닮았던 길은 기억의 방에서 하얗게 비워지고 있다
누가 귀영구석 길을 허물어 왔을까 뭍이 그리운 밀물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돌담으로 경계 그은 신작로 길섶에
면직원이 뿌려 놓은 유채꽃들이 당포를 향해 목을 빼들고
화르르 화르르 우울증을 털어내고 있다.
13. 시를 들으니 삶은 곧은 길이 아닌, 굽어진 길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굽어진 길목마다 피어있는 아픈 역사와 삶의 이야기, 평화의 희망을 우리가 계속 기억하며 이어갈 필요가 있음을 시인이 말하고 있음
14. 오늘은 여기까기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마무리-
[6.25 정전 70주년 특별기획 : 드라마&영화 속 제주평화기행]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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