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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마음으로쓰는시_4부 #해바라기같은마음으로 #현택훈시인 #강재원_시각장애인시인꿈나무
2024.07.30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 12부작 EP.4화
-마음으로 쓰는 시-
with.현택훈시인, 강재원작가(시각장애인)

JIBS 제주방송과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공동기획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 4번째 시간입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두 분은 주로 시를 어느 시간에 어느 곳에서 쓰는지 궁금합니다.

[강재원] 저는 주로 집에서 씁니다. 그날 있었던 일을 마치 일기처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못 쓰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지체하지 않고 바로 씁니다.

[현택훈] 저도 비슷합니다. 저는 주로 밤에 시를 씁니다. 그런데 시상을 메모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버스를 탔을 때 시상이 잘 떠오릅니다. 이정록 시인도 ‘나는 시가 안 써지면 버스를 탄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버스에서 타면 차창 밖을 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문득문득 시의 제재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때 메모를 해뒀다가 밤이 되면 시를 씁니다. 또 음악을 듣다보면 시상이 떠오르곤 해요. 그 음악의 운율에 따라 가다보며 어느새 어떤 이야기에 이르러 감흥이 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 시를 메모할 수 있습니다.

2. 그럼 오늘은 어떤 시를 준비하셨나요?

[현택훈] 강재원 님의 오늘 시는 제목이 ‘해바라기 같은 마음’입니다. 사진 찍고 에세이도 쓰는 시린 님이 SNS에 ‘봄꽃은 잔잔하게 피고, 여름꽃은 화아알짝 핀다’라고 쓴 걸 최근에 봤는데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봄꽃은 겨울을 이겨내고 작지만 조심스럽게 피고, 여름꽃을 강렬한 태양빛을 받고, 정말 활짝도 아니고, 화아알짝 피는 것 같아요. ‘화아알짝’이 흔히 말하는 시적허용입니다. 시는 이렇게 어떤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 문법에 어긋나게 말하거나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내기도 해서 재밌는데요. 여름꽃인 나팔꽃, 패랭이꽃, 무궁화, 호박꽃, 봉숭아, 해바라기 등을 생각해보면 정말 활짝 핍니다. 여름과 어울리는 꽃이 해바라기이기에 강쟁원 님의 ‘해바라기 같은 마음’을 같이 감상해보면 좋겠습니다.

3. 이 시는 어떻게 쓰시게 된 작품인가요?

[강재원] 네, 제가 꽃 중에서 해바라기를 좋아하는데요. 해바라기는 키도 크고, 꽃도 해처럼 큰데, 희망의 느낌도 나고 해서 해바라기의 마음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4. 강재원 님의 목소리로 [해바라기 같은 마음] 감상해보겠습니다.

해바라기 같은 마음 _ 강재원

해바라기와 같은 마음으로
해바라기가 되어
높은 하늘을 높은 하늘에 있는
태양을 올려다 봐요
눈부시고 따뜻하고 포근한
태양빛을 온몸으로 끌어안아요
해바라기처럼
해바라기가 되어
해바라기 같은 마음으로

5. 현택훈 시인은 이 시 어떻게 감상하셨는지요?

[현택훈] 그러고 보면, 바로 옆에 앉아있는데, 시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게 조금 주제넘는 일인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한데요. 그래도 ‘마음으로 쓰는 시’ 이 코너의 특성 상 제가 돕기로 했으니 말씀드리면요. 역시나 이 시 역시 강재원 님 시의 특장을 알 수 있는데요. 계속 이 코너를 통해 강재원 님의 시를 들으셨던 분도 공감하실 텐데, 강재원 님의 함께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태양을 올려다 봐요/ 눈부시고 따뜻하고 포근한/ 태양빛을 온몸으로 끌어안아요”라고 해서 태양빛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태양빛을 온몸으로 끌어안아요”라고 합니다. 예전에 김수영 시인도 시는 온몸으로 쓰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도 생각이 나고요. 또, “해바라기처럼/ 해바라기가 되어/ 해바라기 같은 마음으로”에 나타나듯 나는 그런 해바라기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니까 이 시의 ‘해바라기 같은 마음’은 곧 시인의 마음이 됩니다. 내가 그런 마음으로 빛과 함께 당당히 세상에 서고 싶다는 시입니다.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6. 강재원님은 현택훈 시인의 이런 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재원] 고맙고도 부끄러운데요. 제 시에 대한 감상을 듣는다는 게 아직은 낯설어요. 그래도 저도 쓰긴 썼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나의 마음인데, 그런 마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제 시인데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고맙죠.

7. 오늘의 시 ‘해바라기 같은 마음’을 들으니 동시로 느껴지는데, 이 작품을 동시로 봐도 될까요?

[현택훈] 네, 동시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가 아이의 마음으로 쓰는 시이니까요. 저도 어렸을 때 학교 앞 문구점에서 해바라기 씨앗을 사서 집 마당 한켠에 심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상하게도 실패했습니다. 싹이 나지 않았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너무 깊숙이 심었던 것 같아요. 정지용 시인의 동시 ‘해바라기 씨’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동시에도 보면, 해바라기가 싹이 트길 기다리면서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라고 표현했는데요. 싹이 트면 참 기쁘고, 한 번 나면 쑥쑥 자라니까 희망의 상징이 것 같아요. 빛을 좋아해 해바라기이니, 해바라기처럼 강재원 님의 시처럼 ‘해바라기 같은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강재원 님도 어른이지만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시도 쓸 수 있는 거겠죠.

8. 강재원님 마무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재원] 이렇게 화요일마다 제 시를 소개하는 게 좀 부끄럽긴 하지만,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이 시간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방송에서 제 시를 들려주니 앞으로 시를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튼 이런 코너도 만들어주시고, 저야 참 고맙습니다.

9. 현택훈 시인님도 마무리 한 말씀부탁드려요.

[현택훈] 네. 우연히도, 제 네 번째 시집 제목이 ‘마음에 드는 글씨’입니다. 이 마음, 마음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이라는 말도 참 좋고요.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 있잖아요. 내 마음에 귀기울여 보는 게 시인 것 같아요. 내 마음이 오늘은 무슨 말을 할까, 귀담아 들으면 그 마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내 마음의 말을 잘 들어보겠습니다.

MC: 앞으로 매주 화요일에 이렇게 시각장애인 강재원 님의 시를 한 편씩 감상하면서 현택훈 시인과 함께 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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