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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마음으로쓰는시_5부 #물보라 #현택훈시인 #강재원_시각장애인시인꿈나무
2024.08.06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 12부작 EP.5화
-마음으로 쓰는 시-
with.현택훈시인, 강재원작가(시각장애인)

JIBS 제주방송과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공동기획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 5번째 시간입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오늘 시는 어떤 시인가요?

[현택훈] 강재원 님의 오늘 시는 제목이 ‘물보라’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이 시가 강재원 님이 초등학생 때 지은 시입니다. 처음 강재원 님을 만났을 때 초등학생 때 지은 시를 책 한 권으로 제본해 묶은 것을 선물로 받았는데요. 그 시들이 참 좋은데, 오늘은 이 시 ‘물보라’를 함께 감상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강재원 님이 시력을 잃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 시를 쓴 것 같은데요. 초등학생의 시라는 점이 놀라운 정도로 잘 썼고, 음악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느낌이 있어서 우선 마음에 드는 시입니다. 한 번 강재원 님의 목소리로 감상해보면 좋겠습니다.

2. 강재원 님의 목소리로 시 ‘물보라’ 들어보겠습니다.

[강재원]
물보라 _ 강재원

시원한 바람이
고요한 호수에 앉아
파도처럼 물보라의 물살이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내게로 불어온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게로 돌아온다.

때로는 부드럽게 조심스럽게
또 때로는 강하고 거칠게
내게로 불어온다.
맑은 소리가 내게로 전해진 듯
내 마음속에서 울려 퍼진다.

3. 강재원 시인님은 이 시를 초등학생 때 쓰신 거죠?

[강재원] 네, 제가 초등학생 때 시가 좋아져서 그때 쓴 시 중에서 한 편입니다. 물보라의 물방울들이 우리에게 오는 느낌을 표현해봤어요.

4. 현택훈 시인님, 이 시 어떻게 감상하셨는지요?

[현택훈] 제가 사실 멘토 역할로 이 자리에 앉아 있잖아요. 그래서 시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인 의인화, 의인법을 활용해 시를 써보시라고 강재원 님께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강재원 님이 의인법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거예요. 그러다가 이번 주는 시 선정이 좀 늦어졌는데요. 그래서 예전에 썼던 시들을 봤는데, 대부분의 시에서 이미 의인법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강재원 님이 평소에 자연스럽게 의인법을 사용해 시를 써오고 있는데, 제가 괜한 제한을 둬서 오히려 시 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저도 멘토로서 좀 더 자연스러운 조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이 시에서 “시원한 바람이/ 고요한 호수에 앉아”라고 하잖아요. 바람이 호수에 앉다는 것이 바로 의인화입니다. 아시다시피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것이 의인법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 시에서 저는 마지막 두 행이 좋은데요. “맑은 소리가 내게로 전해진 듯
내 마음속에서 울려 퍼진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물보라는 시각적 심상이고, 맑은 소리는 청각적 심상입니다. 시각적 심상이 청각적 심상으로 바뀌는 방식이 나타나는데, 이 부분이 우리가 학창시절에 국어 시간에 배웠던 ‘공감각적 심상’입니다. 이 시가 시력을 잃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쓴 시라고 생각하면 시각을 청각으로 전화하는 그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네요.

5. 현택훈 시인님, 시도 아픔을 통해 표현할 수 있죠?

[현택훈] 네, 맞습니다.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인은 슬픔, 아픔, 상처를 치유하면서 서정의 울림을 감싸며 보듬는 마음으로 쓰고, 읽고 하는 게 서정시의 본류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정시의 서정 글자 순서를 바꾸면 정서잖아요. 정서는 곧 우리의 마음이니까 우리의 슬픔을 노래하는 것이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윤동주, 이육사는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것이고, 김소월은 이별의 아픔을 주로 노래했습니다. 이육사의 시 ‘절정’ 중에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표현이 있는데, 겨울이 혹독한 아픔의 계절이라면 그러한 계절이지만 무지개라는 희망을 갖자는 의지를 나타내 보이잖아요. 그러한 것처럼 슬픔, 아픔을 견뎌내게 하는 게 시이기도 합니다.

6. 끝으로 두 분 각자 마무리 한 말씀 하시고, 이 시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강재원] 이렇게 화요일마다 제 시를 소개하는 게 좀 부끄럽긴 하지만,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이 시간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방송에서 제 시를 들려주니 앞으로 시를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튼 이런 코너도 만들어주시고, 저야 참 고맙습니다.

7. 현택훈 시인님도 마무리 한 말씀 부탁드려요.

[현택훈] 네. 우연히도, 제 네 번째 시집 제목이 ‘마음에 드는 글씨’입니다. 이 마음, 마음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이라는 말도 참 좋고요.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 있잖아요. 내 마음에 귀 기울여 보는 게 시인 것 같아요. 내 마음이 오늘은 무슨 말을 할까, 귀담아들으면 그 마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내 마음의 말을 잘 들어보겠습니다.

MC: 매주 이 시간 시각장애인 강재원 님의 시를 한 편씩 감상하면서 현택훈 시인과 함께 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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