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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마음으로쓰는시_6부 #바다를찾아서 #현택훈시인 #강재원_시각장애인시인꿈나무
2024.08.13.화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 12부작 EP.6화
-마음으로 쓰는 시-
with.현택훈시인, 강재원작가(시각장애인)

JIBS 제주방송과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공동기획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 6번째 시간입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오늘은 어떤 시를 만나볼지 궁금합니다. 살짝 살펴보니, 오늘 시 제목이 ‘바다를 찾아서’네요. 여름엔 바다를 빼놓을수 없는데요. 우선 들어볼까요.
[강재원]

바다를 찾아서 _ 강재원

어디선가 들려오는 파도소리
촤아아 촤아 쏴아아 쏴아
내 귓가에 메아리치듯
울려퍼지는
나를 부르는
파도소리에 묻어있는 바다 향기
파도 소리를 따라
바다 향기를 따라
오늘도 난 찾아간다.
날 부르는
바다를 찾아서

2. 강재원 님, 이 시는 언제 쓰신 시인가요? 어떤 생각으로 쓰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강재원] 네, 한 이주일 전에 쓴 시입니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바다에 대한 시를 써봤어요. 바다를 떠올리니까 파도소리, 바다향기가 떠올랐어요.

3. 현택훈 시인님, 이 시 어떻게 감상하셨는지요?
[현택훈] 지난 주에 시 ‘물보라’가 초등학생 때 쓴 시였잖아요. 그래서 크게 아픈 뒤에 쓴 시인데, 점점 앞이 보이지 않아서 시각에서 청각으로 전환되는 그런 시였다면, 이 시는 최근에 쓴 시인데, 비록 앞은 잘 보이지 않아서 시각적 이미지는 이 시에서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청각과 후각 이미지가 짙게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청각이고, “바다 향기‘는 후각인데, 또 “파도소리에 묻어있는 바다 향기”는 공감각적 심상입니다. 공감각적 심상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의 심상, 감각이 두 가지 이상 함께 표현될 때 쓰는 말이잖아요. 파도소리는 청각, 바다 향기는 후각, 그래서 “파도소리에 묻어있는 바다 향기”는 근사한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현택훈 시인님도 이 시를 감상하니 바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시죠? 어떠신가요?

[현택훈] 네, 그렇죠. 이 시에는 그리움과 의지가 들어 있습니다. 파도소리와 바다 향기를 나를 이끄는 매개체이고, 그러한 감각이 있는 바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이 시에 들어있습니다. “파도 소리를 따라/ 바다 향기를 따라/ 오늘도 난 찾아간다./날 부르는/ 바다를 찾아서” 나를 부르는 게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그리움의 대상인 것이고, 그렇다고 수동적으로 떠밀려가는 게 아니라 “찾다”의 반복을 통해 바다에 가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시를 감상하니, 장 콕토의 ‘귀’라는 시가 떠오르는데요. 짧은 시라서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내 귀는 소라 껍데기 / 바다 소리를 그리워하네.” 소라 껍데기를 귀에 대면 정말 바다의 소리 같은 게 들리지 않습니까. 게다가 귀를 보면, 소라 모양을 닮았습니다. 장 콕토가 바다 소리로 바다를 그리워하듯 강재원 님도 소리와 향기로 바다를 그리워한 것이 같은 마음일 겁니다.
이 코너 제목이 ‘마음으로 쓰는 시’인데 이 마음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우리 마음의 노래로 시를 읽고,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5. 강재원 님은 어떤 소리를 좋아하세요? 이 시에서는 파도 소리라고 표현했는데, 다른 소리가 있다면 어떤 소리가 있는지요?

[강재원] 네, 저는 파도 소리도 좋아하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소리도 좋고요. 엄마가 날 부르는 소리도 좋습니다. 또 숲에 가면 들리는 새 소리도 참 좋아요.
6. 현택훈 시인님, 시에서는 청각적인 감각으로 쓰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현택훈] 네, 물론입니다. 이 청각적 심상은 아무도 볼 수 없습니다. 귀로 듣는 것이기에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표기하기도 합니다. 글자로 보게 하는 것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인 청각을 시각화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독자는 그 글자를 보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을 보면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힘들게 시장에서 일하시는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타박타박” 의성어입니다. 그리고 빗소리가 어디로 들어오는지 표현을 했는지 보면 “금 같 창틈으로” 들어온다고 표현해서 가난하고 외로운 심정을 적절히 표현한 시가 되었습니다.
우리 한국 문학에서 감각적인 시를 두드러지게 쓴 시인으로는 김광균 시인이 있는데요. 그의 시 ‘외인촌’에 보면 그 유명한 구절이 있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분수가 흩어지는 것은 시각, 푸른은 시각, 종소리는 청각입니다. 그러니까 ‘푸른 종소리’, 느낌은 알겠는데 참 묘한 표현이 되는 겁니다.

7. 그러면 현택훈 시인님도 청각적 심상의 시 많이 쓰시는지요?

[현택훈] 네, 제가 초등학교에서 동시 수업을 할 때가 있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의성어나 의태어를 흉내내는 말이라고 하는데, 그 아이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흉내내는 말을 보고 표현이 참신해서 놀라기도 합니다.
제가 최근에 첨벙첨벙이라는 글자를 넣고 시를 써봤는데, 사전에서 이 첨벙첨벙을 찾아봤더니 이 첨벙첨벙보다 작은 말이 참방참방이고, 더 작은 말은 잠방잠방이더라구요. 시냇물이나 물웅덩이는 첨벙거리는 소리는 이렇게 크기마다 다르게 다 표기하는 것을 보면 새삼 우리말이 참 아름답고 신기하죠.

8. 끝으로 두 분 각자 마무리 한 말씀으로 이 시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강재원] 이렇게 화요일마다 제 시를 소개하는 게 좀 부끄럽긴 하지만,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이 시간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방송에서 제 시를 들려주니 앞으로 시를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택훈] 요즘 시를 많이 안 읽는 시대라고 해서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지식이나 정보나 아닌 시가 내 삶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하여 멀리 하시는 것 같은데요. 또 최근 시가 너무 어려워졌어요. 저도 시 쓰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시를 읽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강재원 님의 시처럼 맑고 착하게 쓰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이런 귀한 코너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C: 매주 이 시간 시각장애인 강재원 님의 시를 한 편씩 감상하면서 현택훈 시인과 함께 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https://youtu.be/6KmvzX5ue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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