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김민경의 Now JEJU 장성규의 뮤직브런치 동네방송 최재혁의 6시
라디오 다시보기
[특집기획]#마음으로쓰는시_7부 #구멍속으로 #현택훈시인 #강재원_시각장애인시인꿈나무
2024.08.21
#마음으로쓰는시_7 #구멍속으로_강재원
#현택훈시인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기금지원
#김민경의나우제주_제주방송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 12부작
EP.7화 -마음으로 쓰는 시-
with.현택훈시인, 강재원작가(시각장애인)

JIBS 제주방송과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공동기획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 7번째 시간입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오늘은 어떤 시를 만나볼지 궁금합니다. 오늘 시 제목이 ‘구멍 속으로’네요. 어떤 작품일지 궁금한데요. 우선 들어볼까요.
[강재원]

구멍 속으로 _ 강재원

풀냄새가 돌아다니고
물이 흐르는 시냇가 풀숲에
작지만 크고
크지만 작은 구멍이 있다.

그 구멍 속으로 황금빛 햇살이
채워져간다.
얼마나 걸렸을까.
해가 지고 달이 나와
해가 하던 일을 마저 한다.

구멍이 채워질 때까지
달과 해가 구멍 속으로
아낌없이 빛을 가득 채운다.

2. 강재원 님, 이 시는 언제 쓰신 시인가요? 어떤 생각으로 쓰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강재원] 네, 이 시 역시 초등학생 때 썼던 시인데요. 예전 시 모아놓은 파일에서 이 시를 갖고 와봤습니다.

3. 현택훈 시인님, 이 시의 구멍이 어떤 구멍인지 궁금한데요. 이 시 어떻게 감상하셨는지요?

[현택훈] 저의 생각을 말씀 드리는 게 오히려 청취자 여러분의 감상을 방해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고, 죄송스럽기도 한데요. 그래도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요. 저는 이 시를 통해 시의 모호성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사실 시가 어려운 까닭이 이 시의 모호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분명하게 쓰는 것도 좋지만, 너무 분명하게만 쓰면 확장이 되기 어려워요. 그냥 하나의 이미지만 떠오르게 되죠. 하지만 모호하게 표현하면 독자마다 나름대로 자신의 겪거나 알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시를 이해하고자 하면 이 시의 구멍이 무엇인지가 중요하잖아요. 독자들은 찾으려고 하고, 결국은 그것이 정답이라기보다는 내가 도착한 그곳에서 시를 내가 해석해서 음미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 “그 구멍 속으로 황금빛 햇살이/ 채워져간다. ~ 구멍이 채워질 때까지/ 달과 해가 구멍 속으로/ 아낌없이 빛을 가득 채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풀숲에 있는 나무나 땅에 있는 어떤 구멍 난 게 있는데, 그 속으로 빛이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아니면 이 구멍이 단지 개미구멍처럼 난 구멍이 아니라 풀숲 사이에 형성된 공간을 구멍으로 보자면, 그러한 공간에 빛과 바람이 들어 그곳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위처럼 풀숲이 무성해질 거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흔히 텅빈 마음, 구멍 난 마음이라 표현한 듯 나의 허전한 마음에 빛이라는 희망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는 이렇게 다층적으로 해석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4. 강재원 님과 현택훈 시인님은 물과 산 중에 고르라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강재원] 저는 산도 좋지만, 물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이 여름이라서 물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같고요.

[현택훈] 강재원 님의 이 시 ‘구멍 속으로’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면, 이 시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생명성입니다. 빛이 구멍 속을 채워 다시 살아나게 하는 느낌이 듭니다. 어머니가 우리를 빛으로 보살펴 생명을 얻은 것처럼 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생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제강점기에 정지용, 김영랑, 유치환 등이 흔히 생명파 시인으로 불렀습니다. 인간의 생명 현상과 의지에 대한 시적 관심을 나타내기에 생명파 시인으로 분류가 되었는데요. 제가 지금껏 강재원 님 시의 가장 큰 특징으로 함께 하고자 하는 연대의 의지였는데, 생명에 대한 의지가 곧 생명으로 이어져 함께 살아가는 우리를 생각하게 합니다.
또 이 시에서 “작지만 크고/ 크지만 작은 구멍이 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모순어법입니다. 역설입니다. 작지만 크고, 크지만 작다?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다시 생각하면 이 구멍이라는 것은 작은 구멍이지만 결국엔 큰 생명을 얻기에 크다고 할 수 있고요. 반대로 크지만 작다, 가 있는데, 이렇게 큰 생명이 아주 작은 구멍에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됩니다.

5. 끝으로 두 분 각자 마무리 한 말씀 하시고, 이 시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강재원] 이렇게 방송에서 제 시를 들려주니 앞으로 시를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현택훈] 오늘 강재원 님 시 ‘구멍 속으로’를 함께 감상해 봤는데요. 제가 요즘 아이가 사달라고 졸라서 햄스터를 사서 기르고 있는데요. 햄스터가 이 은신처를 좋아합니다. 숨을 곳이 필요한 것인데요. 어떻게 보면 약한 동물이 햄스터가 본능적으로 살기 위한 방편으로 은신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햄스터가 숨는 작은 구멍이 있어서 햄스터가 살 수 있는 것처럼 오늘 나의 구멍 역할하는 곳은 어디일지, 내게 생명을 주는, 희망을 주는 곳이 어딜지 고민하고 찾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곳이 공간만이 아니라 사람이 될 수 있고요. 좋아하는 찻집이거나 내가 사는 집에서 어느 한쪽 작은 공간이어도 내게 안식을 주는 곳이라면 그곳으로 빛이 들어갈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강재원 님의 시 감상할 수 있었고, 저도 다음 주의 시 기대됩니다.

MC: 오늘이 벌써 일곱 번째였습니다. 앞으로 다섯 회 남았습니다. 매주 화요일에 이렇게 시각장애인 강재원 님의 시를 한 편씩 감상하면서 현택훈 시인과 함께 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방송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