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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마음으로쓰는시_8부 #가을머리핀 #현택훈시인 #강재원_시각장애인시인꿈나무
2024.08.27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 12부작 EP.8화
-마음으로 쓰는 시-
with.현택훈시인, 강재원작가(시각장애인)

JIBS 제주방송과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공동기획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 8번째 시간입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오늘도 어떤 시를 만나볼지 궁금합니다. 강재원 님, 오늘의 시 제목이 뭔가요?

[강재원] 네, 가을에 대한 시입니다. 이번 여름, 너무 더워서 어서 가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데요. 그래서 가을에 대한 시를 써봤습니다. 제목이 ‘가을 머리핀’입니다.

2. 강재원 님의 목소리로 한 번 들어볼까요. 미리 사전에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감상해보겠습니다.

가을 머리핀 _ 강재원

어느 가을날 나는,
작은 그루터기에 앉아
내 눈앞에 가을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조금 뒤 어디선가
가을바람이 불어와
나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겨준 뒤
아기 손바닥 같은 단풍잎을
내 머리에 꽂아주었어요.
그리고 살며시 쓰다듬어주네요.

그 바람,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3. 가을을 바라본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강재원] 그냥 가을이 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쓴 시라서요. 가을이 물든 풍경을 떠올리며 시를 써봤습니다.

4. 이 시는 언제 쓴 건가요?
[강재원] 며칠 전에 썼습니다. 여름에 대한 시만 거의 보내드린 것 같아서 이제 곧 가을이니 가을에 대한 시를 써봤어요.

5. 멘토이신 현택훈 시인님은 이 시를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현택훈] 늘 드는 생각이긴한데요. 저의 생각을 말씀 드리는 게 오히려 청취자 여러분의 감상을 방해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고, 죄송스럽기도 한데요. 그래도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요.
“가을바람이 불어와/ 나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겨준 뒤/ 아기 손바닥 같은 단풍잎을/ 내 머리에 꽂아주었어요.” “나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러니까 복잡하고 정리가 잘 안 된 내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것으 자연, 즉 가을바람이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왜, 바람을 쐬면 좀 진정될 때가 있잖아요. 열대야, 무더위에 지치고 헝클어진 마음이 가을바람에 차분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6. 또 이 시에서는 어떠한 부분이 인상적일까요?
[현택훈] 저는 “아기 손바닥 같은 단풍잎을/ 내 머리에 꽂아주었어요.” 이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아기 솜바닥 같은 단풍잎”이라는 표현도 좋은데, 더 근사한 것은 단풍잎이 머리에 떨어지는 것을 바람이
이것은 그야말로 아주 자연스러운 의인화, 의인법입니다. 몇 주 전에 강재원 님이 어렵다고 하던 의인법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던 겁니다. 바람이 미용사일 수도 있고, 엄마일 수도 있고, 언니일 수도 있고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인 겁니다.
주로 동시를 쓰는 유강희 시인은 단풍잎을 금붕어에 비유해서 썼는데요. 그래서 “단풍잎 한 마리, 단풍잎 두 마리”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그와 같이 이 시에서는 단풍잎을 머리핀으로 비유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비유는 비슷한 것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인데, 과연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단풍잎을 무엇에 비유하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7. 현택훈 시인님이 멘토 역할로 시 지도를 하고 계신데, 어떠한 생각이 드는지요?

[현택훈] 처음에 사실, 기 코너를 기획한다고 했을 때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시를 느끼는 표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 부분을 찾아보려고 했는데요. 이제 여러 편의 시를, 강재원 님 여러 편을 예전에 썼더 거나 최근에 쓴 시를 보면서 느끼는 건데요. 어떠면 제가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좀 반성하게 됩니다. 곽재구 시인의 수필 ‘그림엽서’를 보면 시각장애인 부부가 나오는데, 시각장애인이지만 꽃을 선물 하거든요. 앞을 못 보니까 꽃을 선물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시각장애인 남편이 “아내가 꽃을 좋아해요.”라고 합니다. 그 글처럼 비록 앞을 잘 못 보더라도 상상을 통해 다른 감각으로 보완하면서 그 감각의 시를 다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됐습니다.
이 시의 경우에도 시각적 이미지가 두드러집니다. 처음에, 이문세의 노래 ‘가을이 오면’을 제가 강재원님께 들려주면서 가을에 대한 시를 써보라고 권유했습니다. 단풍잎을 제재로 해서 내 머리에 있는 단풍잎, 단풍잎 같은 머리핀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 시에서 “가을바람이 불어와/ 나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겨준 뒤/ 아기 손바닥 같은 단풍잎을/ 내 머리에 꽂아주었어요./ 그리고 살며시 쓰다듬어주네요.// 그 바람,/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라고 하듯 강재원 님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인 연대 의식이 이 시에서도 나타나는데 인연의 소중함,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 비록 헤어지진 않았어도 계속 같이 머물고 싶은 마음,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령, 이 바람의 존재가 엄마, 어머니라면 늘 다시 만나고 싶을 정도로, 다시 만나지 못할까봐 불안한 대상이 엄마, 어머니라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여기 JIBS 방송국에 강재원 님의 어머님이 오셨는데, 늘 딸을 배려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제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배려의 환경이니 강재원 님도 함께 하려는 공동체 의식이 시에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8. 강재원 님은 현택훈 시인님의 얘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드세요?

[강재원]
얼떨떨합니다. 부끄럽기도 하고요. 칭찬해줘서 고맙기 한데, 그럴수록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MC: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오늘 두 분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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