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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마음으로쓰는시_9부 #초원에서 #현택훈시인 #강재원_시각장애인시인꿈나무
2024.09.24
#마음으로쓰는시 #시각장애인작가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
#현택훈시인 #방송통신위원회 #시각장애인공감프로젝트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 12부작 EP.9화
-마음으로 쓰는 시-
with.현택훈시인, 강재원작가(시각장애인)

JIBS 제주방송과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공동기획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 9번째 시간입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오늘도 어떤 시를 만나볼지 궁금합니다. 강재원 님, 오늘의 시 제목이 뭔가요?
[강재원] 오늘 준비한 시는 제목이 ‘초원에서’입니다. 제주도의 초원을, 들판을 떠올려보며 쓴 시입니다.

2. 강재원 님의 목소리로 한 번 들어볼까요. 미리 사전에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감상해보겠습니다.

초원에서 _ 강재원

이슬 뿌려진 초원 위를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만
있는 힘껏 달렸어요.
평소라면
따끔따끔하고 까끌까끌
했을 풀이 이슬에 젖어
촉촉해졌네요.
발을 땔 때마다
박하향 같은
상쾌함이 느껴졌어요.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순간 풀향기와 이슬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어요.

3. 현택훈 시인님, 이 시 어떻게 감상하셨는지요?
[현택훈] 이 시에서는 촉각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초원 위를 달렸을 때 따끔따끔하고 까끌까끌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부드럽고 촉촉하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풀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슬인데요.
이슬 같은 존재가 이 시에는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거친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이슬, 그러니까 저는 이 점을 좀 주목하고 싶은데요. 이 시에서 뾰족뾰족한 풀을 부드럽게 촉감을 다르게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이슬입니다. 풀은 그대로 있고, 풀을 변하게 만든 것이 이슬이라는 겁니다.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이 시에 숨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하는 사람이 되자, 라는 마음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4. “박하향 같은 상쾌함”. 표현을 상상하면 정말 풀밭의 향기랑 박하향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현택훈 시인님, 이 부분 하실 말씀 있으실까요?
[현택훈] 네, 잘 보셨습니다. 직유법을 사용했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처럼, ~같은을 사용해서 비유하는 게 직유법이잖아요. 직접 비유하는 것이기에 단번에 느껴져서 좋습니다. 풀밭 향을 박하향이라 표현한 것은 적절한 표현이구요.
강재원 님이 이 시를 쓴 것을 보고, 제가 이 시를 쓸 때 떠올린 장소가 어디인지 물어봤는데, 특정한 장소는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기억의 재구성으로 우리는 어떠한 장소가 나의 마음에 자리잡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장소애라고 하던데요.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작품을 쓰게 되는 겁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왠지 마방목지와 섭지코지가 떠올랐습니다. 너른 들, 제주도에서는 드르, 혹은 벵디라고도 하는데요. 초원은 사실 원시적인 공간입니다. 가장 평화로운 공간이 초원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개발 이전의 모습이고요.
그리고 요즘 맨발 걷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는 잘 모르지만, 원시적인 방법으로 맨발로 걷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거잖아요. 신발이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은 맞지만, 오히려 우리의 발을 가둬두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이 시를 감상하고 제주의 어느 곳을 떠올렸을지 궁금합니다. 제주의 초원은 어디일까요?

5. 강재원 님은 이 시를 어떤 마음으로 쓰신 건가요?
[강재원]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달리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도 사실 달려서 쓴 건 아니고 상상한 거예요.

6. 그러면 강재원 님은 제주의 장소 중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강재원] 글쎄요. 저는 노형에서 태어나 오등동에서 자랐는데요. 물론 고향 마을이 좋고요. 바다도 좋습니다.

7. 현택훈 시인님, 장소에 대한, 그러니까 제주도의 어느 장소에 대한 시를 특히 지역의, 제주의 시인들은 많이 쓰는 편이죠?
[현택훈] 물론입니다. 오키나와 작가 중 마타요시 에이키라는 소설가가 있는데요. 그의 소설 ‘긴네무 집’을 보면 원풍경에 대해서 말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원풍경을 갖고 있습니다. 마타요시 에이키라는 마치 선언을 하듯 “나는 고향집에서 반경 4킬로미터 이내의 이야기만 쓰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니 강재원 님도 이제 제주에 대한 시를 써보는 게 좋겠어요. 저도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시를 쓰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제주에서 시를 쓰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데요. 그것을 저는 공적인 제주와 사적인 제주로 나뉘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정방폭포, 하면 공적으로 정방폭포의 풍경과 이야기가 있는 것이고, 정방폭포에 얽힌 사적인 추억이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시는 사적인 풍경으로 시를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고향이 화북2동, 부록마을인데요. 이제 곧 택지개발로 마을이 사라진다고 하던데요. 아쉬운데, 그냥 그리움이라기보다는 유년 시절의 풍경을 자산으로 하고서 시를 쓰는 것 같아요. 한국문학에서도 보면 오정희 소설가의 소설 ‘유년의 뜰’, ‘중국인 거리’도 그렇고,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역시 자전적인 유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강재원 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청취자 분 중에서 글을 쓰고자 한다면 유년의 풍경을 통과제의처럼 꼭 써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8. 강재원 님, 현택훈 시인 님, 오늘 끝으로 인사해주시고 이 시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강재원] 네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제주의 장소를 막연하게 생각했지 시의 소재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시를 쓰기 위해 유심히 살펴야겠습니다.

[현택훈] 네, 마음으로 쓰는 시, 이 코너 제목처럼 우리 마음의 초원, 그곳을 걷고 달리는 마음으로 시를 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MC: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오늘 두 분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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