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김민경의 Now JEJU 장성규의 뮤직브런치 동네방송 최재혁의 6시
라디오 다시보기
[특집기획] 브라유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마음으로쓰는시_10부 #유리구슬
2024.10.08.화
-code in~
MC: JIBS 제주방송과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공동기획 <마음으로 쓰는 시> 시각장애인 강재원 님의 시를 통해 마음으로 시를 읽어보는 시간입니다.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은 어떤 시일지 궁금한데요. 강재원 님은 시각장애가 있지만, 마음 속 감각을 활용해 시를 씁니다. 현택훈 시인님이 멘토 역할로 옆에서 시 쓰는 걸 도와주고 계시고요. 지난 시간에는 강재원 시인님의 시 ‘초원에서’를 함께 감상하고 시에 대한 얘기를 나누어봤는데요. 오늘은 어떤 시일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시 쓰기를 도와줄 현택훈 시인님, 그리고 강재원 시인님 나오셨습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현택훈] 안녕하세요.
[강재원] 안녕하세요.

2. 지난주 못뵈었는데요. 두 분,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강재원] 근황 말하기
[현택훈] 근황 말하기

3. 오늘은 어떤 시를 만나볼지 궁금합니다. 강재원 시인님, 오늘의 시 제목이 뭔가요?
[강재원] 오늘 준비한 시는 제목이 ‘유리구슬’입니다. 유리구슬이 과연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상상하며 들어주세요.

4. 네, 그럼 강재원 님의 목소리로 한 번 들어볼까요. 미리 사전에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감상해보겠습니다.

유리구슬 _ 강재원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유리구슬
동그랗고 새빨간 유리구슬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이 유리구슬은
예쁜 사과랍니다.
이 예쁜 사과를 먹으면
나도 예뻐질까요?
유리구슬처럼 예쁜
사과 하나 줄래요?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사과 하나 드릴까요?
유리구슬 같은 사과
같이 먹어요.

5. 와, 정말 유리구슬 같은 사과가 떠오르네요.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유리구슬/ 동그랗고 새빨간 유리구슬” 같은 사과를 먹고싶어지는 시네요. 현택훈 시인님, 이 시 어떻게 감상하셨는지요?
[현택훈] 처음에 제가 ‘귤’에 대한 시를 써보시라고 권유를 했는데요. 사과에 대한 시를 썼어요. 저는 귤을 좋아하는데, 강재원 시인님은 귤은 좀 안 좋아하는 모양이에요. 그런 상황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각자가 좋아하는 과일이 다 있는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과일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은 안 좋은 것 같다는 겁니다.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런 상황을 겪었고, 이 풍경이 근사하니 그냥 표현하면 독자들이 공감해주겠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독자들은 냉정합니다. 그래서 마치 설득하는 글처럼 시 역시 독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비유입니다. 그대로 말하면 공감하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어 표현하면 아, 그럴 수 있겠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겁니다. 이 시에서 사과를 ‘유리구슬’로 비유했습니다. 그러면 독자들은 한번 더 생각하면서 유리구슬을 통해 사과의 이미지를 그려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공감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시는 직접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하기를 하는데요. 이 시에서는 ‘유리구슬’로 돌려 말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 점이 좋습니다. 이 라디오를 듣는 분 중에서 무언가를 표현할 때 다른 것에 빗대어, 비유로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가 쓰는 여러 관용표현, 속담 같은 것도 다 비유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요. 관용표현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비유 중에 강연호 시인의 시 중에서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이 가끔씩 보면 마치 관용표현처럼 쓰이는 것을 보면, 참 적절한 말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살면서 잘못 든 길로 가는 것처럼 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게 해서 새로운 희망의 지도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니까, 경구처럼 사용들 하는 것 같습니다.

6. 그렇게 볼 수도 있군요. 그리고 이 시에서는 뒷부분에 대화 부분이 나와요. “유리구슬처럼 예쁜/ 사과 하나 줄래요?/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사과 하나 드릴까요?” 이렇게 대화로 시를 쓰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현택훈] 네, 잘 보셨습니다. 또 이 시의 특징 중 하나가 대화로 이루어진 부분이에요. 저도 처음 읽었을 때 시적 화자가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말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살피니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이더라구요. “유리구슬처럼 예쁜/ 사과 하나 줄래요?/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사과 하나 드릴까요?” 사과 하나 줄 수 있는지 물으니 그 말에 대한 응답으로 사과 하나 드릴까요? 라고 되묻습니다. 공손하게 요청하고, 공손하게 대답해줍니다. 서로 양해를 구하면서 소통하는 장면인데요. 수직적인 상하구조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라는 점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사과를 갖고 있는 사람과 사과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과를 갖고 있는 사람이 갑이고, 사과가 없는 사람이 을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당당히 묻고, 주는 사람도 생색내지 않습니다. 이 점이 그 전에도 말했지만 강재원 시인님의 시의 가장 큰 주제인 연대의 마음입니다. 강재원 시인님은 시각장애가 있으신데, 이러한 상황에 어머니의 도움도 받고 하면서 연대의 마음을 갖게 되신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이 좋은 것 같아요. 협력하는 마음입니다.

7. 그럼 궁금해지네요. 강재원 시인님은 이 시를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요?
[강재원] 제가 사과를 좋아합니다. 사과를 먹는데, 정말 빨갛고 동그랗고 예쁜 사과가 유리구슬처럼 보였어요. 현택훈 시인님이 귤에 대한 시를 써보자고 하셨는데, 떠오르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과일인 사과를 떠올려봤어요. 저는 비유를 잘 몰라요. 그냥 시를 쓰면서 그 대상과 비슷한 것을 떠올려 표현을 하는데요. 그것이 비유라는 걸 오늘 들으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8. 그렇다면 강재원 시인님은 과일 중에서 또 어떤 과일을 좋아하는지요?
[강재원] 포도도 좋고, 귤도 좋아하긴 해요. 신맛이 나서 그렇지, 달콤한 귤을 만나면 아주 좋아요. 한겨울에 귤을 먹는 것도 맛있고요.

9. 현택훈 시인님, 가을이 깊어지면서 귤도 노랗게 익어가고 있는데요. 귤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현택훈] 저는 고향이 제주시 화북에 있는 부록마을이 고향입니다. 귤밭이 있는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가 시를 쓰게 된 것은 귤밭의 사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귤꽃 핀 봄, 초록색 귤이 커가는 여름과 가을, 눈 내리는 귤밭 풍경 이러한 이미지가 귤에 대한 사랑을 갖게 만든 것 같아요. 이 이미지가 향수처럼 있어서 제 시의 바탕이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제 시 중에서 ‘온주’라는 시가 있는데요. “살아있는 것들이 주왁거리면/ 나뭇잎에 쌓였던 눈이/ 한 번 더 내려주었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겨울 귤밭 풍경인데요. 나뭇잎에 쌓인 눈을 털어 놀던 추억으로 쓴 시입니다.

10. 아, 그렇군요. 강재원 님, 현택훈 시인 님, 오늘 끝으로 인사해주시고 이 시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강재원] 소감 말하기, 끝 인사
[현택훈] 소감 말하기, 끝 인사

MC: 브라유 점자 완성 200주년 특별기획 시각장애 공감프로젝트 <마음으로 쓰는 시>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오늘 두 분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재원] 감사합니다.
[현택훈] 감사합니다.




















방송 다시보기